12살 딸, 10살 아들을 키우는 40대 가장입니다.
큰애가 어릴때부터 뭘 잘 잃어버리고 자기가 한말을 잘 기억못하고, 운동능력은 제로에 해보라고 시키는건 대부분 못한다 안한다 그러고 말이 상당히 어눌해서 와이프가 답답한 마음에 1년전부터 정신과진료를 받고있습니다. 종류나 용량을 달리하면서 약물치료를 하는 중이고 언어치료센터도 다니는데 지난달에 정신과선생님이 자폐로 판정을 하더군요. 선생님은 치료 초기에 얘기했다는데 저희 부부는 처음 듣는 얘기였습니다.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중증은 아니라지만 의사가 진단을 내리니 충격이 어떻게 표현이 안되네요.
저는 직업군인이었고 전역하고 군무원으로 임용되서 군부대에서 지내다보니 애들 교육때문에 가족과 따로 떨어져 지낸지 몇년 되었습니다. 한달에 두번정도 집에가면서 떨어진 시간이 길다보니 솔직히 돈버는거 외에 가정에 크게 신경을 못쓰네요. 와이프는 단순히 양육만 해도 힘들텐데 큰애가 정신적인 문제를 겪다보니 안그래도 예민한 성격인데 스트레스가 심하고 혈압이 높아져서 혈압약을 매일 먹고 있습니다.
와이프와는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부분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성격이 정반대입니다. 예를 들자면 저는 천상문과 와이프는 무한경쟁하던 이과출신 입니다. 저는 두루뭉술한 반면 와이프는 칼같이 맺고 끊어야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연애해서 결혼했나 싶습니다. 일때문에 떨어져 지내는건 맞지만 같이 있을때 사소하게 부딪히는게 너무 많아서 굳이 동거를 안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아이가 커갈수록 말로 표현하거나 기억하는 문제로 거의 매일 와이프는 스트레스가 쌓여갑니다. 아이가 하는 행동이 저와 너무 비슷하다고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 날 저에게 전화해서 너한테 화내는걸 딸한테 똑같이 화낸다고 왜 내가 너랑 결혼해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되냐고 하소연을 하는데 듣다보면 저도 울컥해서 싸우기도 하고 정말 내 유전자때문이가 싶기도 합니다.
저도 자주 까먹고 실수를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저도 정신과 상담을 고민중입니다.
가장 걱정은 딸아이가 이제는 친구가 없다는 겁니다. 작년까지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몇몇 있었는데 아이의 말과 행동이 친구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서 친구들이 먼저 손절했더군요. 수업이 끝나고 한시간쯤 있다가 방과후 활동때문에 학교에 다시 가야하는데 학교 후문 근처에 외갓집으로 갑니다. 한시간동안 같이 시간보낼 친구가 없어서요. 5학년이면 처음 반배정 받을때 아는 아이들이 절반은 되야 정상인데 아는 아이가 한명이라 하는데 기억을 못하던지 교우관계가 좁던지 둘다 일수도 있겠죠.
저와 와이프가 애들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게 또 악영향을 끼치는거 같습니다. 서술했듯 제가 사소한 실수를 자주 하는데 와이프는 하지말라고 또는 하라고 했는데 왜 또 그러냐고 뭐라 하면서 이정도 반복되면 내말 무시하는거라고 화를 내고 저는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 이게 뭐 대단한 잘못이냐고 싸우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솔직히 와이프 하라는데로 하면 거의 싸울일은 없을겁니다. 대부분 부부가 그렇겠죠.
제가 인식을 못하는건지 군이라는 집단에서 20년을 지내면서 업무적으로 부딪히는 일은 있었어도 와이프와의 다툼처럼 인간관계나 의사소통에 크게 문제를 느끼지는 못하고 살았습니다. 어떻게 그런 머리로 군생활을 그만큼 하고 임용시험을 붙었냐고 지능이 문제가 아니고 니 성격이 문제라고 집안에서 이렇게 문제가 많은데 밖에서 다른 사람과 멀쩡히 지낼수 있냐고 하는데 진짜 집안에서와 밖에서는 다른 사람과 지내는게 다르거든요. 물론 군대는 대부분이 남자고 거의가 일로 맺어지는 관계에다 군대는 지시를 명확하게 하고 받은 지시는 복명복창하면서 확인하고 일을 하니 능력이 딸려서 결과가 시원찮을지언정 안하고 빼먹고 가는 일은 없으니 와이프가 생각하는 일처리 과정과는 다르겠죠.
그리고 다투는 일이 잦다보니 깊은 대화가 안됩니다. 제가 와이프와 생각이 워낙 다르다보니 제얘기에 발끈할때가 많아 얘기를 잘 안하게 됩니다. 아이 문제로 통화를 할때 이런 일이 있었다,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다 라는 얘기를 하면 그렇구나 큰일이네 어쩌지 이렇게 반응하다보면 어느 순간 넌 생각이 없냐? 왜 말이없냐? 고민도 안되냐? 하면서 이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거냐 라고 하는데 딱히 뾰족한 수가 떠오른것도 아니고 제말에 상당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봐왔기에 해결책이나 개선방안은 잘 생각도 안나고 입이 잘 떨어지지가 않네요.
정신과 진료도 유치원무렵에 제가 먼저 얘기했었는데 그때는 정신나간소리 취급을 받았었습니다.
부부사이가 원만치 않으니 아이에게 좋을건 당연히 없고 아이의 상태나 사회적인 부분이 자꾸만 안좋아지는게 느껴집니다. 이제는 집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야되는데 또래들과는 어울리기 힘들고 학습능력도 너무 떨어집니다. 읽고 해석을 한다던지 수학문제 등 약간의 응용이 필요한 부분은 5학년 수준에 한참 못미치고 담임선생님이 알려준 내용이 집에 제대로 전달이 안됩니다. 와이프가 조금만 소리를 쳐도 세살짜리마냥 울음을 터트리는데 자기가 해결 못하겠다 싶으면 그저 울기만 합니다.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 상황에 와이프는 점점 멘탈이 피폐해져가고 저는 그런 와이프를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고 어떻게해야 좋을지 고민만 하면서 방법은 떠오르지 않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네요.
아직까지 자폐는 완치가 안된다는데 평생을 저렇게 살게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답답함에 여기에 글을 써봅니다.
두서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